월몽(月夢)

달에 도착한 우주선

하하 여기는 달착륙선 지구 기지 들리는가?
아폴로 11호 이후 20번째라 감동은 좀 덜하군
아무튼 이 쪽 세 명은 다 이상없어 지금부터 나가서 산책이나 할 생각이야

말 없이 달을 보는 남자

사카키 박사님 월면을 도착한 감상이 어떠신가요?
달에 온 최초의 일본인이시잖아요
온 일본이 tv로 당신을 보고 있을 겁니다.

감상?
말로는 표현 할 수 없군...
아무도 이해 못할걸세...

자 그럼 일장기를 꽃아볼까? 사카키 박사님이 하시지요
(그런데 갑자기 튀어버리는 사카키)
박사님?
박사님!
지구 기지 들리는가? 사카키 박사의 상태가 이상하다!

박사님 어디가시는겁니까! 박사님!
사카키!!!!!
PART 1 팔백(八百) 비구니의 이야기

일본 어느 오지

지금쯤 온 일본이 티비만 쳐다보고 있을 꺼예요
처음으로 일본인이 달에 착륙한 거니깐요

사카키라는 과학자 말인가? 하지만 국적은 미국 이잖아?
미국으로 이민간지는 꽤 됐지만 그래도 순종 일본인이라는데요?
그건 그렇고 이렇게 더운 날 뭣 때문에 이런데까지 와야 되는건지..
애시당초 이번 기획부터가 잘 못된 거라구요
궁시렁 거리지말고 걷기나 해

취재차 800년 동안 살아왔다는 비구니를 만나러온 잡지사 사람들

하지만 800년이나 살아왔다니 거짓말일게 틀림 없잖아요
독자들은 재밌어 할꺼야 당연히, 사실 보다는 거짓말이 더 재밌으니까

그리고 등장하는 한 여인

마을 사람들이 그러던가요? 제가 800년을 살아왔다고?
예, 뭐든지 좋으니 말씀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800년을 살아온 추억 같은 걸...?

그 소리...
네?
꽤나 옛날 얘기지요..부슬비가 내리던 해변 멀리서 그 소리가...

비 내리는 어느 해변가

행자 님들은 일체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마음 깊숙히 젖어드는 듯한 석장 소리만을 남긴채..

고기는 못 잡고 비만 쫄딱 맞았구만.. 당신은 어떻소?
전복과 다시마를 조금..
어서 돌아갑시다

잠깐 거기서라!!

거기 둘 행자 복장을 한 무리들이 방금 이 곳을 지나 갔을 것이다!
지나간지 얼마나 됐는지 말하라!
놈들은 가마쿠라 님께 거스르는 역적들이다!

나중에야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그 분들은 가마쿠라의 추격을 피해 오슈로 피신 중이셨던 '미나모토 요시츠네'님 일행이셨던 겁니다..

요시츠네가 교토를 떠난 시점이 서기 1187년이죠? 약 800년 정도 전..?

'흥 아귀가 너무 잘 들어맞잖아 무엇보다 요시츠네가 팔백 비구니를 만난 건 이미 전설로 남아있어'
스님께선 부군이 계셨던 거죠? 방금 이야기에 나온..

네..하지만 남편은 먼 곳으로 떠나버렸죠..
그 사람은 찾고 있던 거예요.나와는 달리 살아갈 이유가 있던 거였죠..

(회상)
꿈이라도 좋고 환상이라도 좋소 찾을 수 있다면 땅끝까지라도 가서 확인하고 싶소..

저를 두고 가시는군요...
용서하오 우리는 ...너무 오래 함께하지 않았소...

히데요시님이 성을 세우고 있을 때 쯤 일이었습니다. 오사카의 사카이란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습니다..

이것 역시 먼 옛날의 일이지요..

아 잠시만요 히데요시의 오사카성은 16세기 건물인데 아까 얘기에서 400년이나 지나간건가요? 그리고 부군께서도 계속 살아오셨단 말씀입니까?

확실히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함께 살았지요...

'엉망진창이잖아 기억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어..
아니지 애시당초 거짓말인걸 알면서 물어보는 거잖아'

그러고보니 미국에서 딱 한 번 편지를 보낸 적이 있어요. '사카키'라는 이름을 쓰더군요...

사카키?

(회상)
모두 나를 두고 멀리 가버려..나 혼자만 남겨두고 모든 것이 흘러가 버려..

벌써 수백년을 살아오셨다는군..
신성한 비구니님이셔..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보게 되고

'사요'라는 이름을 붙여 키우기로 한다

사요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라나고

보세요 이 제비꽃 전부 사요 꺼예요!

언젠가 똑같은 일이 있었지요.. 아주 먼 옛날에 사요처럼 키운 아이가..이제는 이름도 잊은 그 아이...
언젠가 사요도 내 곁을 떠나...먼 곳으로....

비단 깃발...관군이예요!! 어머니 관군이 오고 있어요!

끼야앗!! 어머니 누가 쓰러져있어요

(관군..? 어느새 메이지 유신으로 넘어가 버렸군)

정성껏 치료해주는 사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관군에 쫓기고 있었지요.

교토의 낭사대도 당하고..에도도 벌써 관군의 손에 떨어졌다는 군요. 쿠보님께서 지시다니!!

사요님..

내 곁에 있어주시오..시대는 계속 움직이고 있소..난 두렵소...
나와 함께 도망칩시다.

용세하세요 어머니..용서하세요..

가거라..
가려무나..

사라져 가는 구나..환상같이...시간의 저편으로...
모든 것이 시간의 모래에 매몰되어..
모든 것은 꿈, 모든 것은 환상...
.
.
.
.

세상은 변해갔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새에. 오랜만에 거리로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공습경보!!
폭격이다! 폭격기가 온다!!

대피하라! 방공호로 대피하라! 비켜요 비켜!

....? 어...어머니..어머니!!

어머니..? 사요..?사요니..?
어머니!!!!!

사요! 사요!

날 두고 가지마! 날 두고 가지마!!!

이젠 날 두고 가지마...

더는 날 두고 가지마....제발....

그것 역시 환상이었을까요...
홍련의 불꽃이 모든 것을 잿더미로...

모든 것을...무無로
PART 2 월몽月夢

박사님 거기 서요! 박사님!

서라고..?

난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
이 날이 오기를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달 여행이 가능하다고 듣고 부터 과학자가 되고...마침내 달에 왔다..
어디있지? 어디있는 거냐?

일본인을 프로젝트에 넣자고 한 놈이 대체 누구야! 정말이지 쪽발이들이란!
일본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모습을 보여라..
다시 한 번 아득한 옛시절의...아름다운 그 모습을...
만약 네가 달에 없다면...나는..더 이상은...

!

오오오...

밤이 되니 서늘한 바람이 부는군요..아 참 오늘이 팔월 보름이었죠

중요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스님과 부군은 800년 넘게 살 수 있던거죠..?
불사약을 ... 마셨답니다.

불사약..?
예 불사약을 마셨죠..천인이 가져온..
천인의 상자안에 날개 옷이 있었고 또한 불사약이 있느니..
죽취물어의 한 소절이죠
죽취물어?
*죽취물어 : 타케토리모노가타리. 즉 카구야 공주 이야기다



불사약을 마시고 영원히 살면..계속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우리는 그렇게 믿었지요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은...점점 흐려져 가는 법이지요

남자들이란 전부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요..? 추억 속 아름다운 모습만을 쫓으며...


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인생을 봤습니다.
사요라는 계집아이를 키우고 늙은 사요의 모습도 봤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꿈과 같아 쫓고 또 쫓아본 들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는 것을...


그 소리..그 소리..

어머니!!! 어머니!!!!

보세요 이 제비꽃 전부 사요 꺼예요!

우리는 너무 오래 살았소..

그 소리..바로 그 소리..

그리고 아득한 추억...

대나무에서 태어나
만월이 뜬 밤 만월로 돌아간 아이..

추억속에만 존재하는 모습..




너무나 아름다웠던 빛..찰나의 빛..
그 사람은..지금도 어딘가에서 그 빛을 쫓고 있는 걸까요
내게는 너무도 먼 추억..아득한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 희미해진..

(카구야 히메 설화다...분명 카구야 히메는 달로 돌아갈때 천인의 불사약을 남기고 갔어!
설마 카구야 히메는..??)

옛날 그대로다! 모든 것이 옛날 그대로야!
만나고 싶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 왜 그러는 것이냐..왜 우는 것이냐..?

무엇이 그리 슬픈 것이냐..!!!

카구야!! 아아...

아아..

환상이었단 말인가..
내 인생이...?
역사가..?
모든 것이...
모든것이..!!!

쿵
역시 사라지는 사카키

모든 것이 꿈은 아니었을까..기나긴 꿈..
카구야..그 아이가 실제로 있었는지도...
그것조차 아득해..

어머니!
기다려!! 날 두고가지마!! 나도 데려가..나도..!!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카구야 히메..불사약...대체 당신들은..!!

역시 사라져버린다.

도대체...
옛날 옛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금색으로 빛나는 대나무를 찾아서 잘라 보았더니
아름답게 빛나는 계집아이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
하드 SF만화의 거장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
하드 SF만화의 거장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
'요녀전설'의 단편중 '월몽'
*
(참고로 1978년 작품입니다)
추천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는데 어느날 할아버지가 빛나는 대나무를 잘랐더니 그 안에 아이가 있었어. 둘은 아이를 키웠고 아주 예쁘게 자랐지.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고 소문이 퍼져 귀족과 심지어 왕에게까지 관심을 받게 됨. 아무튼 이링공뎌링공해서 아이는 자신은 달나라에서 유배된 공주이며 이제 돌아간다 하고 불사약과 편지와 날개옷을 주고 떠난다는 일본 설화임
만화가는 만약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 불사약을 먹고 현재까지 살아왔고 달나라로 떠난 카구야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는 상상으로 만든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