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은 바로 고려 현종.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사람 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위인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함.
삶이 얼마나 막장같이 흘러갔는지 요약 한번 해보면...
1) 아버지는 태조왕건의 아들인 왕욱이고, 어머니는 헌정왕후라고 태조왕건의 손녀였음 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것도 충격인데 심지어 정식 혼인관계도 아니고 불륜으로 낳은 관계임. 즉 사생아임.
2) 어머니는 현종 낳다가 사망, 6대왕 성종이 불쌍해서 아버지랑 같이 살라고 했는데 아버지도 현종 5살에 사망. 성종이 불쌍하니 자기 곁에서 데리고 키웠는데 성종도 곧 사망
3) 사생아이긴 한테 혈통 만큼은 그 어느 왕족보다 막강해서 자기 아들을 꼭 왕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천추태후에 의해 머리 깍고 절로 강제 입적해버림
4) 자기 아들을 7대 왕 목종으로 옹립하는데 성공한 천추태후지만 현종의 혈통이 너무너무 막강해서(애초에 아버지 어머니 둘다 그 태조 왕건의 직계 후손임) 우려되다보니 끊임없이 현종을 암살하려 시도함. 절에 있던 중도 너무 현종이 불쌍해서 매번 숨겨줬는데 얼마나 지독하게 암살하려고 쫓아다녔는지 절간 바닥 밑에 만들어놓은 비밀 공간에 숨죽이면서 피하기도 했음
5) 뜬금없이 강조가 목종을 쫓아내고 혈통이 가장 막강했던 현종을 왕으로 옹립함. 다만 강조가 옹립시켰기 때문에 실권이 없었음
6) 설상가상으로 거란까지 쳐들어옴. 강조가 열심히 막긴 했으나 결국은 강조는 부하에게 잡혀서 거란에 의해 처형당하니 갑자기 왕으로써 고려의 국운을 떠안게 됨
7) 거란의 재침에 결국 수도가 함락되고 왕은 나주까지 피신했는데 피난가면서도 정말 많은 고생을 함. 피난 가는 길목마다 아전들과 절도사들이 왕 털어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지방 호족의 세력이 워낙막강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왕보다 아전과 절도사의 입김이 더 막강하기도 했다. 툭하면 왕 털어먹으려고 하고 죽이려고 하니 왕이 나중에 수도로 돌아가면 꼭 벼슬 주겠다고 말리면서 겨우겨우 나주까지 피난감.
호위하던 신하들도 전부 빤스런을 한 그 상황에 딱 한 곳 공주의 절도사가 현종을 도와줬는데 얼마나 고마웠던지 절도사의 딸 3명 모두 아내로 맞아들임
8) 거란의 2차 침입도 어찌어찌 막아냈지만 거란이 3차 침입까지 하면서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옴. 그러나 이때 현종은 몽진하는 것 대신 대항해 싸우기로 결심하고 강감찬과 같은 뛰어난 신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결국 그 유명한 귀주대첩으로 거란의 침입을 완전히 격퇴시킴
9) 거란의 침입을 성공적으로 막은것만 해도 이미 상당한 업적인데 국가제도를 정비하는 등 내실을 튼튼히 다졌으며 거란을 막음으로써 동아시아에서 발언권이 상당히 세져 송, 거란, 고려 라는 3강 체제를 구축했고 고려 역사상 다시 없을 태평성대의 길을 열었음. 이 태평성대의 역사는 고려 16대 왕 인종에까지 이르게 됨.
고려 현종의 일대기를 보면 전형적인 영웅의 일대기와 유사함.
출생의 비밀 - 일찍 부모를 여읨 - 불우한 성장기 - 국가적 대위기 - 극복 - 해피엔딩
어쩌고보면 출생의 비밀부터 약간 막장 드라마의 냄새도 나는데 한국사람들이 환장할 요소는 왠만하면 다 들어있다고 보는데 왜 현종의 일대기를 만들지 않았는지가 궁금함.
물론 천추태후나 JTBC에서 제작한 것이 있긴 하나 분량이 매우 짧거나 현종이 주인공이 아니었음.
그래서 꼭 KBS 대하드라마 형태로 현종의 일대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고대에는 광개토대왕 중세 후반에는 세종대왕이 있다면 중세 시기에는 고려 현종이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