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소시에다드가 근 2년간 다시 한 번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지대한 영향을 준 선수를 꼽으라하면 아마 1순위로 오야르사발이 꼽을 겁니다. 메리노라든지 몬레알이라든지 내지는 포르투 같은 선수들도 언급되겠으나 소시에다드가 특정 시스템을 갖추고 그걸 안정화하는 단계까지 가져갈 때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활약한 선수는 어쨌든 오야르사발이거든요.
오야르사발은 왼발잡이지만, 좌측 윙어포지션으로 주로 나오는데 그렇다고 흔히들 말하는 클래식 윙어의 역할을 맡지는 않습니다. 애당초 활동할 수 있는 반경자체가 워낙에 넓은 편이고 그에 맞게 자리자리 마다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해야할 지 아는 선수기 때문에 그 쪽 지역에 국한해서 기용하기엔 낭비라서. 감독에 따라 우측 측면은 기본이고 메짤라 자리에까지도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였죠.
평상 시의 오야르사발은 꽤나 이타적입니다. 킥도 좋고, 기술도 준수하지만 이 선수가 가진 진짜 면모는 어느 위치에 있어야 상대 수비를 교란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타 선수들 내지는 자신이 더 좋은 찬스를 잡을 수 있는가 이걸 생각한다는 거에요. 간단하게 포지셔닝이 기가막힌다는 거죠. 대개 정발 윙어들은 풀백과의 시너지를 위해 사이드라인에 붙여버린다거나 이런 경우가 대다수인데 오야르사발의 활동반경은 사이드라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좀 더 박스에 가깝게, 그리고 좀 더 횡적으로 뛰곤 하죠.
물론 에우제비오와 가리타노 밑에서는 우측 위주로 나오면서 기존 윙포워드들과 비슷한 동선을 가져가긴 했으나, 이 시점에선 팀이 완전 고꾸라지고 있었기에 넘어갑시다. 사실 최근에도 팀이 좀 안좋을 때면 자주 반대편 사이드로 넘어가서 직접 볼을 자주 만지며 공격을 전개하고자 하는 그림은 나와요. 지난 시즌 외데고르가 심한 폼 하락에 빠져있을 때 주로 그랬었죠.
다시 돌아가서, 오야르사발이 박스 근처로 붙게 되면 소시에다드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이점이 생깁니다. 우측에서의 패턴플레이와 또 다른 선택지 하나. 우측에서의 패턴플레이는 소시지 돌풍에 있어 역시나 큰 공헌을 해줬던 포르투를 이용하는 그 것을 말하는 건데, 포르투의 상당히 좋은 운동능력과 대각선 움직임이 왼발잡이들에게 있어 꽤 편한 자세로 볼을 투입할 수 있게끔 맞춰져 있고 이를 통해 박스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때론 잘두아 같은 선수들이 비슷하게 보여주긴 했지만 포르투가 외데가르드 폼이 절정일 때 보여주던 이 움직임의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오야르사발의 위치는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고, 공간이 줄어들수록 위력이 감소하는 포르투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죠. 외데가르드의 폼 하락이후 포르투의 날카로움이 덜해진 거나, 실바가 오면서 다시 포르투가 활활타오르는 거나 다 비슷한 연유인데(물론 포르투 자체적으로 골문에 가까워졌을 때 기복을 줄이기도 했어요) 기본적인 시스템은 오야르사발의 위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우측에서의 패턴 플레이가 제대로 먹혀들 지 않을 때 오야르사발이 재빠르게 새 선택지를 구축하고, 전환을 시도한다거나 내지는 다른 상황으로 완전히 돌려버리는 것. 소시에다드는 어쨌든 꽤 높은 라인을 형성합니다. 수비멘디를 필두로 볼란테를 세우거나 뭐 이런 특수한 상황들 아니고선 대부분이요. 그니까, 그 만큼 볼 소유권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비교적 수비면에서는 그닥 좋은 평을 해주기 힘든 팀이기에 공격수들이 볼 소유권 잃을 때마다 큰 위기로 닥쳐오는 경우가 자주 있거든요. 메리노나 오야르사발이 이런 상황에서 정말 포지셔닝을 잘 가져가줍니다.
그나마 단점으로 꼽는다면 이제 신체 능력이 좀 좋지 못하다 정도겠죠. 의외로 하드웨어 자체는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닙니다. 헌데 질주한다거나 완전한 아이솔레이션 상황이 온다거나 할 경우에는 아쉬운 장면도 종종 보여줍니다. 기술이 완전 유려한 편도 아니고 주력이 빠른 선수도 아닌지라 보는 맛 면에서는 덜할 수 있어요. 아까 인기 없는 선수 주제로 살짝 언급되었었는데 주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늙어보이는 외모는 덤이구요.
출처 : https://blog.naver.com/960813jw/222149589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