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유명한 띵작 영화들을 뒤늦게 챙겨보면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인데
주제별로 나눠서 각각 기대 이상이었던 영화와 좀 실망했던 영화들을 분류해 봤음.
1. 팀 버튼
어릴 때 본 <비틀쥬스>는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그저그랬던 영화였는데, 커서 다시 보니 몹시 꿀잼. 배트맨 되기 전 마이클 키튼의 거침없는 입담과 재롱을 볼 수 있음 ㅋㅋ
<가위손>은 최근에야 본 영화. 화면이 참 동화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첫 느낌은 좋았는데, 갈수록 내용도 유머도 너무 유치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음... 인물들 감정선이나 동기가 이상해서 몰입이 잘 안되더라고.
그래도 위노나 라이더는 넘모 예뻣다....
2. 고전 호러
로만 폴란스키의 출세작인 <악마의 씨>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영화였음.
많은 공포, 스릴러 영화의 기본 소양이 화면 속에서, 또한 내러티브 속에서 정보를 감춰놨다가 감질나게 실마리를 풀어주며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스토리텔링인데, 나온지 50년도 더 된 영화임에도 이 점에서 아주 탁월하고 세련됐다는 생각을 했음. 최근의 <유전>도 이런 장점을 물려받은 영화고.
반면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인 <서스피리아>는 그 명성에 비해 진짜 별로였던 호러영화 원탑으로 꼽음. 남는건 그저 화려한 색감밖에 없고, 이게 제대로 된 내용이란게 있나..? 싶을 정도로 각본이 빈약함.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3. 퀴어 멜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과대평가된 황종 수상작으로 종종 거론되는 영화인데, 나도 보면서 그렇게 특별한건 딱히 못 느꼈음.
두 여배우의 베드씬이 엄청난 분량에 포르노 뺨치는 수위를 자랑한다는 것을 빼면. 감정적으로도 너무 펄펄 끓는다고 해야 되나.. 내 취향에는 안 맞았고.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황종감 영화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차라리 이상희, 류아벨이 출연한 <연애담>이 더 울림도 크고 기억에 남는 퀴어 멜로였음.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감독 모두 심각한 성범죄 관련 이슈에 휩싸인 바 있고, 특히 <연애담> 이현주 감독은 다른 영화로 또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
4. 스티븐 스필버그
초딩 때까지 내게 스필버그는 영화감독의 대명사 같은 이름이었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임.
잼민이였던 나를 사로잡아 영화의 참맛을 가르쳐 준 건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쥬라기 공원> 그리고 <E.T.>...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 추억의 최애작들.
그 못지않게 잘 알려진 스필버그의 SF인 <미지와의 조우>는 작년에 보게 되었는데, 이건 어릴 때 봤으면 20분쯤 버티다 드르렁했겠더라. 엔딩의 임팩트가 꽤 강렬하긴 한데, 그 최종장까지 흘러가는 과정이 굉장히 길고 두서없고 지루했음.
5. 에일리언
에일리언이란 크리쳐는 그 디자인으로나 컨셉으로나 액션보다는 호러에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시리즈의 출발점인 리들리 스콧의 1편은 꽤 섬뜩하고 깔끔한 SF호러였음. 나름 코스믹 호러스러운 분위기도 풍겼고.
2편의 감독이 된 제임스 카메론은 하나하나가 공포스럽고 무게감 있었던 에일리언을 액션 블록버스터의 잡몹으로 써먹었음. 저 비명 지르는 민폐 아역이 너무 싫기도 했고, 재미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들진 않았던 영화.
6. 세기말 한국 멜로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은 한국멜로의 전성기로 여겨지는데, 이 중 대부분이 극찬하는 허진호 감독의 두 작품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접속>임.
전도연의 싱그럽고 귀여운 모습, 디지털 시대의 초입에 진득하게 우러나오는 아날로그 갬성의 수줍음과 풋풋함이 촌스러우면서도 왠지 정겨웠음ㅋㅋ
유명한 <번지점프를 하다>의 경우, 내용을 전혀 모르고 그냥 청춘멜로겠거니 생각하며 봤다가 뒤통수가 얼얼해진 영화. 갑자기 판타지로 빠져버리는 것도 싫었고, 운명 타령하면서 서로 죽고 못사는 그런거 정말 안 좋아함.
7. 존 카펜터
존 카펜터의 <괴물>과 <할로윈>은 각각 SF호러와 슬래셔 장르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은 영화인데, 두 영화를 최근 몇년 새 챙겨본 내게는 썩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음.
100% 수작업으로 제작한 <괴물>의 크리쳐 비주얼은 현대의 매끄러운 CG 크리쳐가 범접하기 힘든, 특유의 기괴한 아우라가 흘러넘침.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고 강렬한 색감과 까드득거리는 듯한 뻣뻣한 움직임...
기지에서 서로를 의심하다 하나둘씩 희생되는 장면들의 서스펜스도 훌륭했고, 여러모로 심적 압박이 상당했던 영화였음.
<할로윈>은 슬래셔 장르의 교과서라 할만큼 후대의 수많은 슬래셔 시리즈들이 모방할 만한 인기 요소가 차고 넘쳤고, 실제로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영화가 성공을 거두었음. <스크림> 같은 영화에선 아예 <할로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슬래셔 장르의 규칙들을 공식화했을 정도로.
그러니 나 같은 현대의 관객이 본 <할로윈>은 오히려 정말 밋밋하고 새롭지 않은 영화가 되는 것. 장르의 원형이 된 고전이지만, 오히려 그 탓에 지금 보기엔 심심한 영화가 된 거지.
8. 멕 라이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제목만 숱하게 들어본 이 로맨틱코미디의 클래식을 최근 두 달 간 보게 됐음.
<해리 샐리~>는 사랑과 우정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어른들의 사랑을 재밌게 다룬 영화였음. 전체적인 각본의 힘이 좋고, 빠른 템포로 휘몰아치는 대사나 시니컬한 유머도 성인 취향이라 보면서 많이 웃었음.
그에 비해 <시애틀~>은 ‘첫눈에 반하는 운명 같은 사랑’이라는, 다소 판타지에 가까운 테마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결과물에 가까움.
어쨌든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만, 두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훨씬 적은 이야기임. 웃기긴 한데 저게 뭔 민폐인가 싶기도 하고.
어른이되어도 재밌는 영화죠
짐캐리만큼이나 충격적인 카메론 디아즈의 데뷔당시 미모도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