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 예선 탈락을 한 후, 독일은 피파 랭킹 13위까지 떨어질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전까지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우승한 이후 압도적인 피파 랭킹 1위를 지키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 졌었죠.
(독일을 집까지 편안하게 모신 장본인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독일은 상당히 오랫동안 유럽에서 최강의 자리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대진운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유로 2000이나 유로 2004에서는 조별 리그 탈락을 하고 말았죠.
이 시기 독일 대표팀은 미하엘 발락의 원맨팀이라고 불렸습니다. 딱히 월드 클래스라 부를만한 선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발락은 독일 대표팀의 유일한 월드 클래스 선수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보여 주었습니다. 2001 - 2002 시즌에 걸쳐 소위 4연콩이라 불리는, 분데스리가, 포칼, 챔피언스리그, 월드컵 연속 준우승의 임팩트가 크긴 했지만 이후에 바이에른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우승도 여러 번 했고, 2009 - 2010 시즌에는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06년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은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팬들이 '여름 동화'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였고, 그 독일 대표팀을 이끌었던 것이 바로 발락이었습니다.
발락은 뛰어난 전술 이해도, 폭넓은 활동량, 그리고 묵직한 중거리 슛까지 갖춘 만능 미드필더였습니다. 심지어 강력한 수비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죠. 그렇다면 피파 게임에서는 어떠한 모습일까요?
2. 체감 및 스탯 분석
발락의 키는 188cm입니다. 일단 키가 크고, High & Average라는, 체감이 그리 좋지 못한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체형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공통적인 체감은 바로 '목각 인형'입니다.
보통 '굴리트 체형'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High & Average+죠. 키가 크지만 부드러운 동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발락의 High & Average 체형과는 상당히 다른 체감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드리블 스탯에서 어질리티는 67, 밸런스는 70 밖에 안 됩니다. 이번에 나온 모먼츠 보아텡이 어질리티 75, 밸런스 70인데 말이죠. 오프 더 볼 뿐만 아니라 온 더 볼 체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빠르거나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상대를 쫓아가기 위해 가속을 시작하면 가속에 걸리는 시간도 꽤 오래 걸린다는 것이 바로 체감됩니다. 표면적인 스탯은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인기가 많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빠릿한 체감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피해야 할 카드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미드필드에서 탈압박하려고 L스틱 드리블을 몇 번 쳐 보면 거의 100% 공을 빼앗기게 됩니다. 그만큼 둔한 체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속도 스탯도 78입니다. 웬만한 센터백보다 느린 수준인데...
그런데 이 리뷰를 굳이 쓴 이유는, 단순한 체감만으로 좋지 않은 카드다! 라고 결론을 내리기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둔하게 느껴지는 체감은 그냥 가속을 하면서 선수를 움직였을 때와, 자키 수비를 하면서 움직일 때가 상당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것은 수비 스탯이 뛰어난 센터백들을 쓸 때도 공통적인 부분인데, 그냥 L스틱으로만 움직이거나 가속만 할 때는 둔하다가 런닝 자키 수비를 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걸 알 수 있죠.
78의 수비 스탯은 중미, 혹은 수미로 쓰기에도 충분합니다. 섀도우를 바르면 4-2-3-1의 투볼란치나 4-4-2의 CM 자리를 소화하기에 아주 좋은 스탯이 됩니다.
그리고 큰 키는 넓은 수비 범위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다리만으로 볼을 커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트렝스가 86이기 때문에 웬만한 선수와 몸싸움해서 지는 법이 없죠.
이전에 쓰던 인폼 헤나투 산체스처럼 상대를 끝까지 따라가서 볼을 빼앗거나 커팅하는 등의 모습을 보긴 어렵지만 적절히 경로를 차단하면서 몸을 비비거나 스탠딩 태클을 해서 볼을 빼앗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몇 경기는 좀 답답했는데 적응이 되니까 괜찮네요. 하긴 지금 볼란치 파트너가 속도 스탯 72의 프라임 로이 킨이니...
발락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패스입니다. 비전 87, 숏패스 92, 롱패스 91입니다. 패스 스탯을 올려줄 별도의 케미를 바르지 않아도 최상급의 패스를 뿌려줄 수 있죠. 헤나투 산체스를 쓸 때 비해서 좀 더 패스 플레이가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 체감됩니다.
다소 의외인, 몰랐던 사실은 워크레이트가 미드/하이라는 것입니다. 하이/하이인 줄 알았는데, 공격 워크레이트가 의외로 미드네요. 그런데 스탯을 보면 홀딩 미드필더 보다는 박스 투 박스에 어울립니다.
재미있는 건 4-2-3-1에서 수비 대기를 걸지 않고 사용해 보니 엄청난 활동량과 함께 엄청난 체력 소모를 보여줬습니다. 진짜 박스 투 박스가 무엇인지 실감하게 되는 움직임이었는데, 후반 75분 정도 되니까 스태미너 81인 공미 네이마르와 체력이 비슷하게 소모되네요. 발락의 스태미너는 무려 91인데 말이죠.
3. 마치며
지금 디라 + 풋챔으로 25경기를 소화했는데 일단 생각보다는 쓸만하다... 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체감이기 때문에 무작정 '좋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가 그 동안 묵직한 체감의 선수도 그럭저럭 잘 썼다... 라고 하면 발락이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분께서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로 밀린코비치-사비치를 꼽아 주셨는데, 딱 맞습니다. 키 크고 둔하지만 패스와 슛이 좋은 미드필더죠.
아직은 저도 손에 완전히 익은 건 아니라서... 좀 더 써 봐야 제대로 활용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네요.
특히 미드 버전의 경우 베이스에 비해서 속도도 많이 올라가 있고, 스태미너는 베이스, 미드, 프라임 중에 가장 좋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묵직한 느낌으로 쓸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를 원하신다면... 한 번 고려해 봐도 좋을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