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신기한 일들을 겪은 적이 있는데,
주변에 이야기 할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어서 몇 개 풀어봄.
1. 이웃집에서 키우던 병아리 일화.
유딩때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당시 이웃집이 병아리 3마리를 사과 박스에 넣어 복도에 두고 키웠었음.
어느 날 이웃은 우리집에 병아리들을 맡기고, 여름 휴가를 갔음.
나는 더운 여름 상자에서만 살던 병아리들이 딱해서, 복도에 풀어둠.
계단실 문을 닫아두면, 병아리들이 다른 층으로 탈출할 수도 없었고, 이웃주민들도 휴가로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안전할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복도에 풀어주자마자, 병아리들은 신나게 뛰어다니며 내 반대 방향으로 줄행랑을 쳤고,
당시 유딩이었던 나는 내 진심을 몰라주고 도망가버린 병아리들에게 조금 상처 받았었음.
한 15~30분 정도 지났을까, 집에서 간식먹고 나왔는데 (90년대 복도식 아파트는 현관문을 계속 열어둠)
갑자기 그 병아리들 중 2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거임.
나는 병아리들이 갑자기 나를 따르게 된 줄 알고, 살짝 감격했었음. 근데 내 발치로 오자마자 병아리들이 다시 반대편으로 달려가는 거임.
뭔가 싶어서 가만히 서있었는데, 내가 자기들을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병아리들이 다시 내 발치로 돌아온 다음,
다시 반대편으로 달려갔음. 마치 따라오라는 것처럼.
그렇게 병아리들을 따라갔더니, 그 곳엔 세번쨰 병아리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음.
사람들이 닭대가리, 새대가리 라는 말들을 쓰는데, 나는 그 일을 경험한 이후로 절대 동물들을 무시 못하겠더라.
그리고 내 어리석음에 희생된 병아리에게 너무 미안했음.
2. 강원도에서 백사 본 일화.
아마 내가 10살 때 일이었을 거임.
가족들이랑 설악산 근처 팬션으로 여름 휴가를 갔었음.
산속에 팬션인데, 단점은 팬션 내에 화장실이 없고, 걸어서 4분 거리에 공동 화장실이 있었다는 것. (그것도 푸세식)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게임도 했더니 어느 새 밤 10 시가 됐음.
자기 전에 아빠랑 동생이랑 같이 화장실을 갔는데, 내가 제일 먼저 볼일을 마치고 나옴.
달이 엄청 밝고 무당 개구리 (낮에 엄청 많이 봄) 소리로 시끄러운 밤이었음.
화장실 주위로 큰 공터였고, 20미터 거리를 두고 숲이 시작되는 부분이었는데, 동생과 아버지를 기다리다 지루한 나머지
숲의 경계쪽으로 걸어갔음.
그 경계지점엔 수풀로 둘러싸인 넙적 바위가 있었는데, 그 위에 백사가 한마리 또아리를 틀고 있었음.
백사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 뱀은 달빛에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신기하게 고개를 세워 달을 바라보고 있었음.
근처에서 자신을 보고있는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어린 마음에도 신기해서 아버지와 동생을 불러 데려왔는데, 그 사이 백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짐.
3. 집에 꽃이 일제히 핀 일화
이번 일화는 짧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앞두고 있었음.
당시 어머니는 화초 키우기를 취미로 두셨는데, 도통 꽃들이 피지를 않았음.
나도 가끔 아르바이트나 학원수업이 없을 때 어머니의 화단일을 도왔지만, 역시 꽃들은 피울 기미를 안보였음.
그러다가 어느 덧 출국일이 다가왔음.
출국 일주일 정도를 앞두고, 몇 년 동안 꽃을 피우지 않았던 화초들이 갑자기 일제히 꽃을 피우기 시작한 거임.
서양난, 동양난, 작은 관목 할 것 없이 크고 작게 꽃을 피워냈음. 마치 작별인사 처럼.
내가 애지중지했던 화분은 정말 화려하게 꽃을 피웠는데, 그 꽃이 마지막이었음.
그 후로 거짓말처럼, 화초들은 다시는 그때 처럼 일제히 꽃피우는 일이 없었음.
그 밖에도 몇몇 일화들이 있는데, 노잼이라 이만 줄임.
펨창형들도 이런 경험들 있으면 공유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