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이 삼성에 헌신한 스토리는 남다르다. 99년 삼성에 입단해 국내 투수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3번의 토미존 서저리 수술을 받고도 불사조 같이 돌아와 마지막 남은 인대를 삼성에 바치고 22년의 시간동안 유일하게 삼성에 몸담아 사자군단 불펜의 한 축을 맡아왔다.
그의 150을 넘나들던 구속은 130 중반대로 내려왔고 19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첫 FA를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 프랜차이즈 역사상 투수 출장 경기 수 2위(592 경기), 홀드 3위(87 홀드)를 기록은 '열정' '혼신' 그 누구보다 팀을 애정하는 오줌브레이커 권오준의 기록이다.
전성기 시절 권오준의 구위는 당시 오승환과 KO 펀치 라인을 구성하며 2005, 2006 2년 연속 패권을 달성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고 안지만, 권혁, 정현욱과 함께 ‘안정권KO’ ‘JOKKA’ 별명이 탄생하게 된다.)
필자가 꼽은 권오준 최고의 명장면은 다름 아닌
7월 28일 대구 기아전, 혼신과 열정을 다한 투구, 오랜만에 보는 어퍼컷 세레머니, 2010년 이후 8년만에 세이브, 눈물을안흘린 삼팬은 없었을 것이다. 1과 1/3 이닝 동안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으며 간지폭풍의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권오준 다운, 권오준 그 자체의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오늘.. 삼성 라이온즈 2020 시즌 최종전 그리고 권오준의 22년 선수생활 은퇴 경기가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승짱의 은퇴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한명재 캐스터의 엠스플이 진행했다.
걍 오늘 경기를 요약하자면 눈치없는 두 양놈들의 남의 집 깽판치는 2020판 신미양요 되시겠다. 오늘 선발은 원태인과 부상에서 복귀해 10승을 노리는 구창모의 맞대결, 부상후 첫 선발등판이자 승리 투수가 되면 크보 최초로 승률 100%를 달성할 수 있다.
삼성만 만나면 항상 죽을 쒔던 비밀사자 나스오의 투런 한방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NC, 어쩐지 원태인이 1회를 잘 넘긴다했더니 여지없이 라팍 공장장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원태인은 오늘 7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궈뒀다.
5회말, 크보 최초 팀 4800 홈런 기록을 이성규보다 안타 갯수가 더 많은 팔카가 역전 쓰리런으로 장식하며 구창모의 10승을 날려버린다. 이 팀 외노자들은 왜 꼭 시즌 막판이 되서야지 잘할까..
권오준 은퇴 마지막 등판(소리0):
https://m.fmkorea.com/3173178564
기다리던 9회 말… 언더테이커의 장의사 기믹 테마곡이 흘러 나오고 권오준이 전성기의 KO 펀치 처럼 팀의 승리를 지켜내기 위해 다이아몬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선두타자 모창민에게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 3루 땅볼로 유도해서 아웃 카운트를 처리해 본인의 현역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다.
권오준 오승환 교체 영상(소리0):
https://m.fmkorea.com/3173182502
그리고 학교 종소리가 울리고 오승환이 올라와
마지막으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기나긴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대로 끝나고 눈물 폭풍의 은퇴식을 치룰수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알테어의 감동파괴 동점 홈런으로 순식간에 라팍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 1위 확정 됐는데 유교야구좀..ㅅㅂ 정말 갑분싸도 이런 갑분싸가 없다. 하필 정규시즌, 권오준 은퇴 경기에서 오승환의 깔끔한 마무리를 바랬던 삼팬들은 알테어의 리얼 월드 체험으로 뜻하지 않게 권오준을 더 보게 되었다…
오승환의 동반 은퇴식도 치뤄지나 했으나..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나고 권오준의 현역 마지막 경기도 이렇게 끝이 났다.
자신이 평생 뛰던 팀에서 은퇴하고 싶었던 권오준은 이렇게 떠났다. 이로서 크보 역대급 불펜 조까(JOKKA) 라인에 현역은 권혁, 오승환 밖에 남지 않았다. 어찌보면 야구를 처음 볼때부터 뛰었던 선수들이 하나 둘 은퇴하는 모습을 보니 선수와 함께 팬들도 시간이 간다는 것을 느낀다.
권오준 선수, 수고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영원한
삼성의 프렌차이즈로 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고계시죠? 듣고계시죠?
당신의 열정, 팀을 향한 헌신을
팬들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4EVERLION5 권오준
Ps. 한해동안 떼껄룩스 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희망을 더 많이 본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연속 남의 잔치 구경이지만 내년에는 라팍에서 가을야구를 볼 날을 기대합니다. 언제 또 칼럼 쓸지는 모르겠지만 야갤러분들 항상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