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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00:45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조회 수 15627 추천 수 109 댓글 73

진수.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진수(陳壽). 자는 승조(承祚)로, 파서(巴西) 안한(安漢) 사람이다.

작성자가 포스팅을 시작한 <삼국지>의 저자이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어 퍼져나갔기 때문에, 관심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진수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도 한다. (작성자 아버지 또한 연의가 진짜인 것으로 알고 계신다.) 


이제와서 보니 진수는 정사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맨 처음 언급되어야 했던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번편은 진수의 일생에 대한 짧은 기록과 <정사 삼국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다.


1. 임관


진수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해서 같은 군 출신이자 촉한을 항복하게 만들었던 초주의 제자였다. 진수는 촉한에서 벼슬하며 관곽영사(觀閣令史)가 된다. 당시 환관이었던 황호가 그 위세와 권력을 제멋대로 남용하였는데 대신들은 모두 뜻을 굽혔지만 진수 홀로 굴복하지 않아 반복적으로 좌천되거나 파직된다. 


상여.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진수가 부친의 상을 당했을 때에는 질병에 걸려 여종에게 약을 만들게 하였는데, 부모의 상이 있으면 자식은 당연히 어느정도는 아파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그의 고향에서는 불효자로 평가되었다.


촉한이 평정되자, 진수는 망국의 신하라 하여 오래도록 벼슬에 오르지 못했다. 사공(司空) 장화(張華)는 진수의 재주를 아꼈고, 일전에 그가 받던 불효한 평가는 본래 뜻이 아니라 하며 효렴으로 천거해 좌저작랑(佐著作郎) 양평령(陽平令)에 제수했다. 


<진서>에는 장화가 진수를 효렴으로 천거하여 서진의 관리로 채용된 것 처럼 서술됐지만, 주석 <나헌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물론 주석이니까 진수 본인이 쓴 것은 아니다.)


태시 4년(268) 3월, 황제(사마염)를 수행해 화림원(華林園)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는데, 황제가 촉의 대신 자제 중에 마땅히 서용(敍用)할 만한 자를 물었다.

이에 나헌이 촉군(蜀郡)의 상기(常忌), 두진(杜軫), 수량(壽良), 파서(巴西)의 진수(陳壽), 남군(南郡)의 고궤(高軌), 남양(南陽)의 여아(呂雅), 허국(許國), 강하(江夏)의 비공(費恭), 낭야(琅邪)의 제갈경(諸葛京), 여남(汝南)의 진유(陳裕)를 천거하자, 이들이 모두 서용되어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배송지 주석 나헌전>


2. 사서를 집필하다.


병법24편.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274년, 진수는 제갈량의 병서를 모아 누락되고 소실된 것을 보완하고 복원하여 책을 만들었다. 24편 104,112자로 구성된 이 책은 진수가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아서 <제갈량집> 또는 병법 24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현재 그것이 소실되어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다.

(현재 전해지는 <편의십육책>이 병법 24편의 일부라고 여겨지기도 했지만 학계에서는 그 진위 여부를 감안했을 때 옳지 않다고 여기고 있어 현재에도 논란이 있다.)


이후에 진수는 총 65편으로 구성된 위,촉,오의 삼국을 다룬 <삼국지>를 편찬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가 사건을 서술하는 것에 훌륭하여 재주가 있다고 칭찬했다. 하후담(夏侯湛)은 당시 위서(魏書)를 쓰고 있었지만, 진수가 지은 것을 보고, 곧 자신의 책을 없애버리고 작성을 그만두기까지 했다.

진수를 천거했던 장화는 <삼국지>를 보고 매우 훌륭하다고 여겨


"곧 <진서>를 넘겨주려 할 뿐이오." 

(서진의 사서 집필을 물려주려 한다 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고 말했다. 


정의(丁儀), 정이(丁廙) 형제가 위나라에서 굉장한 명성을 가져 진수가 그들의 자식들에게 말하기를


진수.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천 곡의 쌀을 구해 내가 받을 수 있다면, 곧 존공(尊公,정의 정이 형제)을 위해 가전(佳傳, 열전)을 지으려고 하오."

라고 말했지만, 정씨 가문이 주지 않아 쓰지 않았다고 <진서>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정의와 정이의 정씨 가문은 진수가 쓴 <삼국지>에 220년 조비가 정의, 정이 및 그 삼족을 멸했다고 하는 기록이 있어 신빙성이 매우 없다.


장화는 진수를 중서랑으로 천거하려고 했지만, 그의 정적 순욱(문약이 아니다.)은 진수를 미워하여 모함했고, 벽지인 장광태수(長廣太守)로 임명해 사실상 좌천시키려 했다. 하지만 두예가 다시 황제에게 진수를 천거하여 어사치서(御史治書)가 된다.


진수의 모친이 죽자 관직에서 물러났다. 모친은 자신을 낙양에 안장해달라고 유언하고 진수는 그대로 따랐지만, 당시 고향에서 장사지내는 것이 풍습인지라 또다시 불효한 사람이라 평가되었고 파직되었다. 수년 뒤에 태자중서자(太子中庶子)직을 제수받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


3. 그의 죽음과 사라질 뻔했던 정사 삼국지


297년, 진수는 65세의 나이에 병으로 죽는다. 그의 서적 <삼국지>는 그대로 묻힐 위기였지만 당시 상서랑 범군(范頵)이 상주하길


33.pn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옛 치서시어사(治書侍御史) 진수가 지은 삼국지는, 언사에 권계(勸誡)함이 많고, 득실에 밝으며, 풍화(風化)에 유익하여, 비록 문장의 아름다움은 사마상여만 못하나, 질박하고 정직함은 그를 넘어서니, 후세에 전하며 채록하길 바라옵니다."


라고 하여 진수의 <삼국지>를 베꼈다. 이것이 후대에 전해졌다.


4. 정사 삼국지


정사 삼국지.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진수의 <삼국지>는 역대 중국왕조에서 공인된 24사중 하나로 여겨진다. 현대에 편찬된 신원사, 청사고 중 하나를 더해 25사로 묶이기도 한다.

그 때문에 <삼국지연의>와 구별하여 <정사 삼국지>라고 불린다. 진수가 직접 작성한 원본은 남아있지 않고, 명나라 후반부터 1900년대에 이르기까지 약 4종류로 묶이는 판본이 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정사 삼국지는 중화서국에서 발간한 1959년 표점본 또는 1992년에 써진 오금화 삼국지 등이 있다.)


65권 중 위서(魏書)가 30권, 촉서(蜀書)가 15권 오서(吳書)가 20권으로 구성되었고 본래는 위지(魏志), 촉지(蜀志), 오지(吳志)를 합쳐 삼국지 이지만 송나라 이후에 지(志) 대신에 서(書)를 이용한 표제를 더 많이 사용하여 전해졌다. (그래서 둘 다 옳은 표현은 맞다.)

우리가 혼동하는 것은 진수가 위지를 작성하면서 왕침의 <위서>를 인용했고, 오지는 위소의 <오서>의 내용을 많이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사 삼국지 외 주석이나 <삼국지> 외의 인용에서 <위서><오서>는 진수의 작품이 아님을 알아두어야 한다.)


<삼국지>는 '기전체' 사서이다. 기전체 사서는 제왕의 역사를 기록하는 '본기', 제후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세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간략하게 기록한 '표', 문화, 지리, 경제, 사상 등을 서술한 '지', 각종 인물들의 전기나 이민족 역사를 다룬 '열전'으로 구성되는것이 기본인데,

<삼국지>는 '표'와 '지'가 빠져있다. 이는 진수 개인이 작성한 사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5. 정사 삼국지의 진위


중국 24사중 하나로 여겨지면서도 진수의 <삼국지>는 그 기록에 대한 논란이 있는 편이다.

다음은 그에 대한 고찰이다.


5-1. 중국 역사의 정통성


<삼국지>를 보면서 특이한 점을 알 것이다. 진수는 조조, 조비, 등 위황제들은 <무제기><문제기>, 즉 본기로 취급하여 작성했다. 반면에 유비, 유선, 손권, 손량 등은 일반 인물들처럼 열전에 기록했다. 다만 유비는 선주, 유선은 후주, 손권은 오주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다른 인물들보다 조금은 격을 높여준 것이다. (손권 이후 오나라 황제들은 모두 본명을 사용한 열전으로 기록됐다.)


촉한은 전한, 후한처럼 후대에 당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구분하려고 붙인 호칭이고 공식적으로는 셋 모두 한(漢)나라다. 진수는 <촉한지>등의 이름이 아닌 <촉지>라고 명명해 촉한이 후한의 정통 후계자가 아니라는 표현을 드러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촉한이나 오나라를 지방정권으로 치부한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집필한 사서의 이름이 <삼국지> 이기 때문이다. (만일 진정 그리했다면 <삼국지>가 아니라 <위지>가 서책의 이름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참으로 애매한 부분이다.)


5-2. 진수는 위빠?


진수는 위, 서진에 대해서 공을 높이 올리고 과를 낮추거나 애매하게 기술하는 모습을 어느정도 보인다. 

대표적인 몇가지를 보자면


- 조조는 원소가 죽고 나서 하북을 평정할 당시, 원상이 곽원을 시켜 흉노와 함께 하내 지방을 침공하였는데, 이는 당시에 조조의 목을 조르는 매우 큰 사건이다. 종요가 아니었다면 하북평정은 어쩌면 물 건너갔을 것. 이는 <무제기>에 그 서술이 빠져있다. (마초편 평양전투 항목 참고 https://www.fmkorea.com/3170107717)


-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주유에게 대패하였지만, <무제기>에는 역병으로 인해 회군했다고 서술되어 있다.

(근데 또 <주유전><선주전>등의 기록에는 조조군을 격파했다 쓰여있다. 주유 2편 적벽대전의 결과 항목 참고 https://www.fmkorea.com/3193388568)


- 강유가 종회를 꼬드겨 촉한의 부흥을 노렸다는 부분이 생략된다. 강유편에서 말했던 부흥 항목은 배송지가 주석에 달아준 <한진춘추><화양국지>의 내용들이다. 


- 위나라 황제 조모의 죽음에 대해선 서술이 굉장히 짧다. 그냥 '죽었다'고 되어있다. 배송지는 <한진춘추>를 또 인용해서 당시 상황을 보충했다. <한진춘추>의 내용으로는 조모의 죽음에 사마소가 어느정도 연관이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위나라 장수 진태가 사마소에게 조모를 시해한 것을 책임지라고 발언한 부분 또한 없다.


더불어 사마의, 사마사, 사마소는 선제, 경제, 문제라고 지칭하고 이들의 전기는 없다. <진서>에는 그 내용들이 있다. 후한 말의 군벌들이나 인물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간략하거나 비판적인 색깔을 비춘다. 때문에 후한 말과 연결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후한서>를 동시에 참고해 교차검증 해야 한다.


5-3. 촉나라 기록이 부족하다?


진수는 촉나라의 사관이 없음을 비판한다.


또한 나라에 사(史, 사관)를 두지 않아 주기(注記, 기록)하는 관원이 없었으니 이로써 그 행사(行事, 시행한 정사)가 다수 유실되고 재이(災異, 자연재해와 드물게 보이는 자연현상)가 기록되지 못했다.

<후주전>


시발 열받게 하는건 다음 기술에 있다.


경요(景 耀) 원년(258년), 강유가 성도로 돌아왔다. 사관(史官)이 경성(景星, 도가 있는 나라에서 보인다고 하는 상서로운 별)이 보였다고 말하자 이에 대사령을 내리고 연호를 고쳤다.

<후주전>


사관이 없으면서 있다? 이런 기록을 처음 봤을 때 작성자는 머리가 아파 깊은 빡침을 느꼈었다. 이후에 깨달은 것이지만 

당시 사관은 여러가지 역할이 있었고, 때문에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가 있었다.


- 사관은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을 지칭할 뿐만 아니라, 천문을 읽거나 점을 치는 역할도 했다. 때문에 진수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있다는 의견.

- 황제의 말을 기록하는 사관이 없었다는 의미로, 언제 누가 상소를 올렸는지, 천문이 어땠는지 정도의 기록들은 있을 수 있다는 의견.


다른 썰로는 종회가 촉한에서 반역했을 때 불에 타 기록들이 없는 것이라 여기기도 하는데,


다음해 봄 정월, 등애가 체포되었다. 종회(鍾會)는 부(涪)에서 성도에 이르러 난을 일으켰다. 종회가 죽은 뒤 촉(蜀) 중의 군사들이 초략(鈔略)하니 죽거나 다친 자가 낭자(狼籍)하였고 며칠 뒤에야 안집(安集, 안정)되었다.

<후주전>


불에 관련된 기술은 없다. 초략이라는 말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말하기엔 과장되어 보이는 것은 작성자만의 생각인가?


앞서 얘기했지만, 진수의 스승은 촉한의 신하 초주였다. 초주의 경력은 촉한 역사에서 꽤 오래 지속되었고, <초주전>에서는 진수가 초주와 나눈 이야기 등을 서술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활발히 교류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수가 1세대 촉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생전에 보지를 못했으니 자세히 알 턱은 없지만, 세대간의 다리 위치에 있는 초주가 자신의 스승일진데, 아예 1도 몰랐을까?


거기에 독특한 것은, 진수의 <삼국지>는 항상 첫부분에 인물의 자와 출신지역을 언급한다. 그것도 현 단위까지 자세하게 말이다. 물론 유비와 가장 오래했다고 전해지는 간옹같은 인물은 몰랐는지 어쨌는지 조금 퉁치기도 했지만 말이다. 당장 펨붕이들은 친구가 어떤 병원에서 태어났는지 알고 있는가? 물론 진수 또한 각종 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 출생지 자료를 보면서 다른건 보지 못했나?


그 때문에 우리는 파촉과 한중지방을 말한 사서 <화양국지>를 통해 촉한의 인물들에 대해서 부족분을 채워야만 했다.


출사표.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하 근데 또 그렇다고 해서 마냥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고 말하기도 뭐한 것이, 유비가 한중왕에 오르면서 헌제에게 상주한 '한중왕표' 라던지 제갈량이 북벌을 나설때 유선에게 올린 '출사표'등의 기록들은 참 잘 넣었다는 것이다.



욕먹어도안죽어.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5-4. 제갈량, 제갈첨에 대한 평가


예고에 사용했던 <진서 진수열전>의 내용을 보자.


진수의 부친이 마속의 참군이었는데, 마속이 제갈량에게 주살당하며, 진수의 부친 또한 연좌돼 곤髡형을 당했고, 제갈첨 또한 진수를 경시했다. 진수가 제갈량을 위해 전을 세우며, 제갈량은 장수의 지략이 장점이 아니고, 적에게 대처하는 재주가 없다고 일렀고, 제갈첨은 오직 서법에 뛰어나고, 명성이 실상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의논하는 이들은 이로 인해 그를 비난했다.

<진서 진수열전>


빡친 제갈량.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촉나라를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떡밥이 던져졌다. 이를 통해 진수가 촉한에 대해 부실하고 비판적으로 서술한 것을 주장한다.

이 또한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다. <삼국지>에서 진수는 제갈량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만 평하지는 않았다. 거기에 진수는 <제갈량집>의 저자다. 


가히 다스림을 아는 빼어난 인재(識治之良才)로 관중, 소하의 아필(亞匹, 버금가는 짝)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여러 해 동안 군사를 움직였으나 공을 이루지 못했으니, 응변(應變) 장략(將略)은 그의 장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제갈량전>


제갈량 낄낄.jpg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

관중과 소하에 비견하였는데 어찌 부정적으로만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삼국지연의>적 시각에서는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있다.


다만 제갈첨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촉인들이 제갈량을 그리워하니 모두 그의 재주와 총명함을 사랑했다. 매번 조정에 선정(善政)이나 좋은 일이 있으면 비록 제갈첨이 제안한 일이 아니더라도 백성들은 모두 서로 전하며 말하길, ‘갈후(葛侯)가 한 일이다’고 했다. 이로써 아름다운 명성과 과분한 칭찬이 그 실제를 넘어섰다. 

<제갈첨전>


이는 배송지가 달아준 주석에 그 의혹이 남아있는데,


진 영화(永和) 3년, 촉의 사관인 상거는 촉 장로가 말한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진수가 일찍이 제갈첨의 관원이 되었다가 제갈첨에게 모욕당했는데, 이 일 때문에 죄악의 원인을 황호에게 돌리며 '제갈첨이 능히 바로잡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배송지 주석, 손성 이동기>


현대에서도 제갈첨은 지 애비 반도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하는데, 진수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또 없다. 참으로 애매하다.


5-4. 정리


그럼 진수는 위빠가 맞잖아?


반드시 그렇다고 단언하기에는 또 애매하다. 


진수가 당시 처했던 상황을 보자면, 서진의 신하이고 서진은 위나라에서부터 선양을 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100% 공정함으로 입각하여 저술할 수는 없다. 목숨바쳐 공정하게 써 봤자 그게 남았겠는가?

진수가 <제갈량집>을 지을 때에는 사마염에게 적국의 재상에 대해 책을 지어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하기도 했다.

사서가 집필된 배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서 마냥 비판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삼국지>는 어느 한쪽에 심각하게 편향되어 작성했다고 무작정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편향성이 인물을 서술함에 있어 긍정과 부정을 부여한다기 보다는 실패에 대해 애매함을 더하거나 누락을 시킴으로 인해 조금은 간접적으로 표현이 됐다는 것. 위에 서술한 논란들은 다른 편향적 시각의 사서들에 비하면 굉장히 중립적인 편이라는 견해다.


6. 정사 삼국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삼국지>는 위에 기술한 내용 외에도, 각 열전의 내용들이 상충하거나 연도가 맞지 않고 이미 죽은 인물이 부활하기도 하며 여러가지 맥락상 오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다행히도 배송지라는 인물이 대부분을 주석으로 커버해 주었다. 

(배송지는 수십 이상의 사료들을 인용해 주석을 달아 그 내용을 보충하거나 비판했다. 물론 배송지 주석의 사료들 또한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들은 있다. 예를들면 <위략>,<산양공재기>같은 것.)


여러가지 의혹들이 있지만 다른 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삼국지>가 그 시대의 말미를 직접 지켜본 자의 1차적 사료라는 점이다. 물론 그의 생각이나 의견이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1800여년전 역사임을 감안하면 이정도는 굉장하다.


우리는 <삼국지>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면서 그 기록들이 누구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 쓰여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좋다. 맹목적으로 기록만을 맹신하고 의지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의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직관적으로 내용에만 의지하면 <진서>에서 말하는 걸 바탕으로 진수가 제갈량을 싫어했다 라는 믿음이 드는 것이다. <진서>는 서진의 시각에서 본 사서다. 잊지말자.)


어릴때 흔하게 듣던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잘못된 점을 반복하지 않는다.' 에서 더 나아가 '그 상황에서 왜 사람들은 이런 행동들을 했는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역사라는 인문학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올바른 관점이 아닌가 싶다.


<삼국지>에 대한 평가는 펨붕이들의 자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글쓴이에게 힘이 됩니다.


  • BEST [레벨:2]MYOB 2020.12.01 21:52
    몸이 불편해져서 평상시의 사고회로가 좀 무너졌습니다. 그 때문에 정리가 안되고 내용이 번잡할 수 있는데 ㅠㅠ 사죄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을 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제 생각을 읽고 대신 정리해주실 분 찾습니다..

    다음편은 누구를 해야될지 고민중입니다. 추천받습니다
  • BEST [레벨:24]위클리맨 2020.12.02 00:53
    역사란 항상 개인의 시선과 당대의 시선, 후대의 시선 등이 교차되어 검증이 이뤄져야하기에 어느 하나 버릴 사료가 없지요.
    사실 과거의 이야기가 후대에 완벽히 전승된다는 것만큼 아이러니가 어딨겠습니까 ㅋㅋㅋ 누군가는 뭘 빼고 조작하고 배끼고 혹은 들은 풍문을 기록하기도 하고... 심지어 진짜 역사를 기록해야하는 사관조차도 당대 위정자를 무시할 수 없는데 어느 누구것이 진짜다! 저것이 정통이다 빡빡 우기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요.

    그저 후손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여러 갈래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들을 모아 서로 분석하며 때론 갈등과 야합을 반복하여 후대에 보다 바르고 내용이 담긴 이야기가 전해지길 바랄뿐...
  • [레벨:20]듀프레인 2020.12.02 01:02
    진수... 진지의 아들아닐까? 크흠 ㅈㅅ
  • [레벨:15]케이이잉 2020.12.02 01:03
    약간은 위에 우호적인건 사실이나 충분히 이해할만한 범주 정도고 촉, 오에 대해서 딱히 박하지도 않았다고 생각.
    촉 인사들의 초기기록이 적은 것은 유랑하며 쫓기던 시절에 애당초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게 아닌가 추측해봄. 관우고 장비고 그렇게 당대 인사들이 일찍부터 명장이라고 언급을 했지만 정작 전반부에 뭘했는가에 대한 기록이 없는걸 생각하면..
  • [레벨:15]케이이잉 2020.12.02 01:08
    이왕 언급된 김에 제갈첨에 대해 다루시는건 어떨까 싶습니다 ㅋ
    그닥 건덕지가 많지는 않지만 정말 그저 무능했는지, 상황이 안 좋아서 나름대로는 생각하던 바가 있었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한것인지 등 의견이 갈릴 수 있어보이니 괜찮은 떡밥이 아닐까..
  • [레벨:2]MYOB 2020.12.02 01:11
    케이이잉 좋은 의견이십니다 참고하겠습니다!
  • [레벨:24]롯꼬 2020.12.02 01:19
    희열이형이 왜 여깄어?
  • [레벨:25]키미태 2020.12.02 01:23
    중간에 범군 저거 유희열 아님? ㅋㅋㅋㅋ

    다음편으론.. 방천화극, 청룡언월도, 방천화극, 태평신서, 삼첨도

    등등 삼국지연의에 등장했던 각종 네임드급 장비, 서적, 보물 같은것 썰풀어줘도 좋을듯
  • [레벨:34]자삼 2020.12.02 01:39
    선생님 가후 부탁드립니다
  • [레벨:2]MYOB 2020.12.02 01:54
    자삼 https://m.fmkorea.com/3217856017
    여기 있습니다 ㅎㅎ
  • [레벨:34]자삼 2020.12.02 02:14
    MYOB 참 의미심장한 인물이에요
    제갈량이나 주유 또 순 브라더스처럼
    나라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계책은 전무했고
    당장 눈 앞에 있는 일들
    그 순간 순간만을 해결하는 계책만 내놓았다
    라고 얘기하면서 폄하하는 사람도 많이 봤거든요
    근데
    가후는 평소 스스로 조조의 옛 신하가 아니라고 하며, 책모가 깊고도 길었으나 시기와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문을 닫고 스스로를 지키며 물러나서는 사사로이 통교하지 않고, 자식들이 시집 장가드는데 있어 고위직의 집안과는 사돈을 맺지 않으니 천하에서 지모와 계획을 의론하는 것이 그에게 모두 돌아갔다
    이런거 보면 이 양반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지
    가늠이 안된단말이죠
    그 많은 고위직 혼사 다 뿌리치고
    결국 황제랑 사돈이 되버린 가후..
    노린건지 아다리가 맞은건지 모르겠다만 진짜 대단함;;
    이 양반 일대기 요약하면
    이각 곽사랑 잠깐 놀다가 장수랑 같이 조조군 박살내고
    조조군한테 투항해서 황제랑 사돈 맺고
    77세까지 잘먹고 잘살다 죽음
    심지어 같이 투항한 장수마저
    위나라에서 잘먹고 잘살다 죽음
    아무리봐도 진짜 범상치 않은 인물임..
  • [레벨:2]MYOB 2020.12.02 10:29
    자삼 저도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합니다 ㅋㅋ
  • [레벨:21]그치만오니쨩 2020.12.02 04:21
    제목이 삼국지이고 각 국가를 위지 촉지 오지로 동등하게 쓴걸로 봐선 셋다 동격으로 본듯. 다만 위의 황제만 무제 문제 등으로 칭한건 진나라가 위나라를 이은 나라이기에 진나라 황제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함일듯.
    저정도면 진수입장에선 최대한 객관적으로 쓴걸로 봐야지
  • [레벨:21]새로만듬 2020.12.02 05:04
    중간에 유희열은 왜 있는거야
  • [레벨:16]폰셱 2020.12.02 07:18
    위에 좀 더 마음이 간 건 맞지만 촉한과 오를 그렇다 하여 아래로 보진 않았던 진수옹
  • [레벨:17]명욱이 2020.12.02 07:26
    동아시아 사서는 다 공식적으로 곡필하는거 같음.... 그래서 교차검증하고 계속해서 주석 다는거 같고
  • [레벨:30]권나라내여자 2020.12.02 08:35
    매번 궁금하던건데 배송지가 누구에영?
  • [레벨:2]MYOB 2020.12.02 10:04
    권나라내여자 남북조시대의 송나라 인물입니다
    남송 문제 유의륭이 진수의 삼국지를 읽다가 답답함을
    느껴 이것좀 보충해보라 명하였고 이를 받들어 150여편의 다른 사료를 가지고 주석을 달았습니다

    장군으로 임명되어 북벌에도 참전한 적이 있는 인물입니다
  • [레벨:30]권나라내여자 2020.12.02 10:27
    MYOB 아하 감사합니다

    지금 국내 출판사로 정사라고 나오는것들에
    다 배송지주가 있느걸로 나올려나
  • [레벨:2]MYOB 2020.12.02 10:31
    권나라내여자 대부분 주석이 있는 내용으로 나옵니다

    정사 내용과 주석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 출판도 있으니 참고하세용
  • [레벨:30]권나라내여자 2020.12.02 10:32
    MYOB 그 어디서 듣기론 출판하는거 오역쩌니까
    누가 삼국지통째로 번역한거 인터넷올린거있으니
    그거보라던데 맞나용? ㅋ
  • [레벨:2]MYOB 2020.12.02 11:42
    권나라내여자 개인적으로는 굳이 돈써서 서적을 구매하시는거보단
    파성넷같이 넷상에서 여러 사람이 참여해 해석하고 보충하고 수정하는 그런 자료들 참고하시는걸 추천드려요

    정사삼국지 정말 재미없어서 책값이 아까우실겁니다
  • [레벨:20]방패벽 2020.12.02 09:09
    여몽이나 육손, 주연 같은 주유 이후의 오나라 군부 핵심인물도 나중에 해주시길 감히 기대해봅니다
  • [레벨:2]박보영  2020.12.02 13:55
    항상 재미나게 보고있습니다~ 장예 기다리고있겠습니다!
    제갈량이 인정한 인물이라고 알고있는데 유명하지않아서 자료가 많이 없더라구요ㅎㅎ
  • [레벨:3]덕진24 2020.12.05 10:12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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