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랑 누나는 가봤자 불편하기만 하니깐
초딩때부터 십칠년을 매년 혼자 큰집에 다녀왔다.
일년내내 서로 연락한번 안주고받고 안부한번
안챙기는 사이인데 벌초때나 명절때마다
우리 어머니가 백화점 나가서 월 120 받아
누나랑 나 키울동안 뭐 하나 도와준거 없으면서
조상이 보살펴줘서 잘됐니 뭐니 하는거 듣는것도 싫고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도 그 많은 유산 우리집은
아버지가 없으니 목소리 낼 사람이 없는거 아니까
지들끼리 갈라 쳐먹고 입 싹 닦고 모른척 하는것도
정떨어지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다 참고
넘어갔는데...그냥 문득 어제 현타가 존나 오더라
우리 아버지 제사 매년 내가 절에서 챙겨드리고
산소도 심심하면 올라가는데...꼭 가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어제 엄마한테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그집에는 안가고싶다고...그냥 아빠 산소만
혼자 다녀오고 그렇게 챙기겠다고
혹시나 혼내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맘을 이해해주시더라...
엄마는 좋은분 만나 재혼했고
누나는 시집가서
명절은 항상 나 혼자라 지금 그냥 집에 누워있는데
그냥 문득 주저리주저리 누군가 한테
말하고 싶어서 끄적거려봄...
나랑 커피한잔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