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가 고향인
할아버지께선
내가 어릴적 돌아가셨음
이 이야기는 아버지께
전해들은 얘기임
당시 할아버지께선 북해도 탄광에
징용되셨는데
언제나 배고픔에 시달리셨다고 함
밥은 잘 나오지 않았고
깨를 짜고 남은 깻묵을 주로 드셨다고 함
그렇게 노동에 시달리시던 어느날
점심시간의 잠깐의 짬동안
탄광안에서 모두들 지쳐 잠들어 있는데
할아버지 꿈에 어머니(내겐 증조할머니)
께서 호통을 치시면서
"어서 일어나라 여기서 자면 안된다!!!"
하셔서 벌떡 일어나보니
갱도가 흔들려서 무너지기 일보직전인데
다들 어찌나 피곤한지
일어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다 깨우다가는 몰살당하실거 같아
얼굴도 보지않고
옆에 누운 동료 손 하나를 억지로 잡고
갱도로 달리시면서
빠져나오는 순간
할아버지와 손잡고 나온 동료 한분을
제외한 모든분이 매몰되고
돌아가셨다고 함
어릴적 기억에
김해 할아버지라고 친척도 아니시면서
할아버지 생전에 늘 찾아오시던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그때 손잡고 구해 주신 분이라고 하시더라..
동료이자 동포들이 생매장 되고..
그러고도 구조를 하지않는 탄광측을 본
조부님께선
후일 김해 할아버지와
철조망을 넘어 탈출하셨음..
탈출하신 과정을
기억을 살려 묘사하자면
혹시라도 도망치는 사람은 몽둥이로
죽기직전까지 두드려 패서
결국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고
인원 체크와 점검이 칼같았는데
매일매일 반복되는 감시의 사이클과
사각지대를 염두에 두고
일정하게 돌아가는 일정과 장소를
확인하신후
광차? 탄차?에 숨고 어두워진후에야
철조망을 넘어서 도망치셨다고 하시더라
그 후에는 산을 타고 몇일을 도망치시다가
배가고파 견딜수 없어서
농가에 들어가서 어찌어찌 머슴일을 하셨다고함
당시 북해도는 개발이 늦어서 본토에서
이주하는 농민들이 있었는데 아마 그 케이스였던듯
그 농가에서 할아버지가 조선인임을 눈치챘지만
젊은이들이 징병되어 일손도 적고
할아버지께선 농촌출신에다 장골(힘깨나 쓰는 장정)이시라
서로간에 알면서도 쉬쉬하는 상황이었을거라 하심
그리고 농가의 딸과도 인연이 생기고
그 농가에 결혼과 정착 제의를 받으셨다고 함
내가 궁금해서 더 물어보니
아버지께서 표현을 흐리시고
정황상 할아버지께서
해방되자마자 조선으로 귀국하신거 보면
처자식을 남기실 정도로는.... 아니었던듯...
어쩌면 북해도에 할아버지의 피를 이은
일가가 있을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