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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69년.
너넨 취직 어디로 하냐?
음...금융권? 석유회사? 넌 어디로 갈 건데?
생각을 안 해봤는데....할리우드 같은 데는 못 가나? 핫한 연예인들 볼 수 있는 그런 ㅇㅇ
거긴 아무나 가냐? 그러지 말고 로레알에 지원해보는 건 어떠냐?
거긴 또 뭔데.
프랑스에서 잘 나가는 화장품 회사. 광고도 많이 집행하니까 여자 연예인 많이 볼 수 있을 걸?
오오 로레알이라....좋아 좋아!
좀 병신같은 이유로 지원할 회사를 고른 저 남자는 1946년생으로 당시 23살이었던 영국 출신의 린제이 오웬 존스(Lindsay Owen Jones, 약칭 OJ). 웨일스 출신의 엔지니어, 교수 부모님들 둔 영국의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공부는 아주 잘했던 터라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언어학 전공으로 졸업을 했고 이후 곧바로 프랑스로 건너와서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에서 MBA를 수료했던 인물이었음.
당시 구직을 하던 차에 연예인들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다소 해괴한 이유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했던 회사가 다름 아닌 로레알.
그렇게 1969년, 오웬 존스(OJ)는 로레알의 영업부서에 입사하게 됨.
하지만...
시방! 존나 재미없잖아!!
당시 로레알의 간판 브랜드였던 돕(Dop)을 담당하게 됐지만 연예인을 보는 건 고사하고 업무도 더럽게 흥미가 없어서 적응을 못했다.
그러던 찰나...
야야야 이번에 벨기에 지사에 자리 났다. 지원할 사람?
(벨기에? 뭐 여기에 있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저요!! 저요!!
그렇게 벨기에로 가게 된 OJ는 이 곳에서 그 능력을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함.
자자!! 싸요싸요!! 개쩌는 화장품! 그것이 로레알!!
어머어머!! 저거 내 취향이야!!
그렇게 벨기에 지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OJ는 본사로부터 주목을 받게 됐고, 1972년 다시 본사로 호출됨.
OJ야 OJ야.
네 부장님.
상부에서 저번에 좆망한 헤어컨디셔너를 다시 런칭하려고 하는데 이 프로젝트를 너한테 주라네? 할 수 있냐?
해보죠 뭐.
당시 로레알은 엄청난 광고비를 쳐부어가면서 헤어컨디셔너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이 거의 없던 수준이라 그만 두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음. 하지만 OJ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함.
광고는 중단시켜라. 판을 다시 짠다.
??? 그러면 뭘로 마케팅을 해요?
고객들한테 직접 들이댄다. 1회용 샘플 여러 개 챙겨서 길거리로 나가서 써보라고 홍보해. 사람들이 헤어컨디셔너가 뭔지도 모를텐데 광고해봤자 어디다 써먹냐?
님 천재임?
OJ의 이 전략은 완벽하게 먹혀 들어가면서 로레알의 신제품은 기사회생에 성공했고 이 때부터 OJ는 당시 회장이었던 프랑수아 달과 직접 독대가 가능해질 정도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함.
그러다 1974년에는 스카드 사업부를 총괄해서 회생시키라는 업무를 맡게 됐음.
야야 얘들아.
???
우리 사업부는 위기니까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제품이 판매되는 현장으로 나가봐. 직접 확인을 해봐야 될 거 아냐?
아니 씨발 왜 우리한테 지랄이냐...
성과에 따라서 인센티브 추가로 줌 ㅋ
충성충성!!!
님 천재임?
그렇게 스카드 사업부도 딸랑 1년만에 흑자 경영으로 돌이키는데 성공시켰음. 이 때부터 OJ는 아예 로레알이라는 회사의 에이스로 등극하게 됨. 그리고 정확히 3년 뒤, 프랑수아 달 회장은 다시 OJ를 찾게 됨.
이봐 OJ. 지금 이탈리아 지사가 좆망한 상황이네. 자네가 가서 해결해봄이 어떠한가?
(개씨발 그 폭력시위랑 테러가 우글거리는데를 가라고?) 허허....저하고 이탈리아하고 연관성이라고는 마누라가 이탈리아인이라는 거 말고는 없는데요? 하하....
그니까 가라고 새꺄 ㅋㅋㅋ
씨벌...
당시 이탈리아는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해서 기독교민주당 당수가 암살되고 극좌 단체에서 테러를 감행, 그리고 총파업과 대규모 폭력시위 등 바람 잘 날이 없던 상황이었음. 노사분쟁도 문제가 많았는데 당연히 로레알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고, 말 그대로 파산 5분 전 수준이었음.
저기...지사장님.
뭐요.
공장에는 가급적 안 오셨으면 좋겠네요. 뻥글랜드인이 노조랑 대판 싸울 거라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 딴 건 걱정하지 마시고 길 안내나 하세요 깔깔깔
그렇게 OJ는 공장을 직접 찾아가게 됨.
??? 뭐야 저 점박이 새끼는?
저 분이 새로 오신 지사장님입니다...
뻐킹 이탈리안 님들아. 잘 들으세요. 지금 이대로 가면 여기 이태리 지사는 파산입니다. 언더스탠? 자존심 내세워서 난리 치다가는 님들 직업도 없어진다 이 말임.
협박하는 거?
상황을 잘 이해하라 이 말임. 난 당신들의 상사고 당신들의 생계 역시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지. 그니까 난 지사장으로써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거고. 그니까 당신 네들도 군말 말고 각 세우는 짓 그만 하고 해야되는 일에 집중하셈.
당신을 어떻게 믿어? 임금체불 문제는 어쩔 건데?
아 임금 체불 문제 다시 터지면 그 때 나한테 지랄하면 될 거 아녀? 내가 책임 지고 그런 일 없게 해줌.
...ㅇㅋ.
오오 멋쪄....
놀랍게도 이탈리아에서 3년 간 OJ는 로레알 경영진이 기대조차 안하던 이태리 지사의 흑자경영 전환을 일궈내는데 성공함. 조직을 꽉 잡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주도했던 게 컸음.
그리고 1981년, 프랑수아 달은 이미 OJ를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어놨음.
OJ. 이번에는 미국 지사에 가줘야겠어.
미국 지사장 임명은 일종의 마지막 테스트 성격이 강한 인사이동이었음. 새로운 CEO가 되기 전 마지막 관문이랄까?
그렇게 1981년, OJ는 뉴욕으로 건너가게 됨.
담당자들아. 상황 보고해봐라.
넵. 일단 미국은 백화점 중심으로 화장품을 유통합니다. 에스티 로더 같은 고급 브랜드들이 인기가 많죠.
아 그래? 그럼 답 나왔네.
??
잘 들어라. 지금까지 팔던 거 다 집어치우고 모든 세일즈 체제를 우리 회사 고급 브랜드 간판인 랑콤 위주로 전환시켜라. 그거 위주로 백화점에 유통시켜.
아니 썅 우리 유럽에서는 그런 고급 이미지 아니잖아요;;;
알 바야? 미국에서 잘 팔리면 그만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J의 이러한 전략은 또 다시 성공을 거뒀고, 현재까지도 로레알에게 있어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로레알이 완벽하게 뿌리내리는데 성공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
그리고 1984년, OJ는 다시 프랑수아 달의 부름을 받고 파리로 돌아가게 됐는데, 프랑수아 달의 후계자로 지명받은 새로운 CEO 샤를 즈비악(Charles Zviak)에 이어서 바로 다음 가는 자리인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부회장으로 임명됐음. 이 때 OJ의 나이 고작 38세, 입사 16년차 때의 일이었음.
참고로 OJ가 1984년에 회장이 바로 못 된 이유는 간단했음. 너무 젊어서.
이미 80년대 초반에 CEO 겸 회장이었던 프랑수아 달이 로레알의 오너인 릴리앙 베탱쿠르와 따로 얘기를 해서 OJ가 차기 CEO가 되는 쪽으로 얘기를 끝내놨을 정도로 로레알에서 OJ의 입지는 두터웠고, 부회장으로 임명된 지 4년 뒤인 1988년, OJ는 드이어 입사 20년차에 회사의 CEO 겸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겨우 42세의 나이에 프랑스 최고 화장품 회사를 총괄하는 위치에 오르게 됨. 그것도 무려 프랑스인도 아닌 영국인이.
이렇게 OJ 제국의 서막이 열리게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