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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6 01:55

[자서전] 노장의 여정 2부_2016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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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텐진


2015년 10월. 나는 스코틀랜드에서 UEFA 감독 면허를 취득하였다. 2030년 이전만 하더라도, 어린 감독은 매우 적었기에, 당시 나에게 면허취득은 매우 흥분되며 자아도취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들떴으며 하루 빨리 축구계에서 나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의 첫여정은 아버지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항구도시 슬라이고의 프로축구팀 코치에 지원하면서 시작되었다.

스포츠 에이전시를 운영하시는 아버님의 연줄도 있었지만, 당시 2부리그에 있는 작은 규모의 클럽이었고, 실무 경험을 목적이라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흐린 오전. 살짝은 지저분해보이는 클럽 건물에 도착했고, 관계자와 감독과 미팅을 나누었다.

사실 면접내용보단 그들이 아침부터 건네준 미지근한 위스키가 인상깊었다. 나름 건설적인 대화 후, 난 구단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는 답장을 받고 사무실을 떠났다.


이 자서전을 읽는 사람들은 의아할것이다. 왜냐하면 2016년 1월 1일에 난 중국클럽의 감독이 되기위해 이미 출국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급작스러웠지만, 설명은 간단히 요약된다. 당시 중국 자본은 자국과 유럽 축구계에 상당량 투자되었다. 아버님은 그러한 물결속에서 중국자본이 투입된 유럽구단에서는 중국 선수 영입을 도왔고, 반대로 중국에선 자국 클럽의 전력강화를 위해 유럽선수를 상대로 영업을 진행했다.


스타트업이지만 나름 규모있던 에이전시는 급격히 자본이 투입되어 안정화가 필요하던 텐진에게 유용한 파트너로 보였나보다.

아버지와 손을 잡으며, 모종의 계약을 했었다. 바로, 아들인 나의 감독 고용이 조건인것이다. 


계약기간은 1년. 조기경질 및 재계약여부는 철저히 구단의 권한이다. 대신, 아버지의 에이전시는 선수의 수수료를 포기했다.

텐진은 당시 고액이던 에이전시 수수료를 아껴, 선수연봉 할당이 수월했으며 감독은 3개월 후 경질하면 그만이니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을것이다.


결국 난 슬라이고 로버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곧바로 중국으로 향했다.




2. 시작.

 

다운로드1.png [자서전] 노장의 여정 2부_2016년 겨울.다운로드1.jpg [자서전] 노장의 여정 2부_2016년 겨울.


다행히도 공석이었던 감독자리에 급하게 메꾸어진 그림이라, 당시 23살이라는 어린나이가 생각보다 큰 이슈는 아니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어를 통역을 통해 간신히 대답하며, 정신없던 첫 기자회견을 마쳤다. 그날 밤 아버지는 기다렸다는듯한 목소리로 인터뷰당시 내 눈이 겁에질린 토끼같다며 놀려댔다. 

그 이후는 정신 없이 바빴다. 스탭과 선수들에겐 미안하지만, 현재 집필하는 나이가 80이 넘은 노쇠한 뇌라 한 명, 한 명이 기억나지 않아 미리 사과하고 싶다. 난 나의 철학대로 스탭부터 교체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자리 잡은 코치들은 선수들의 신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난 그다지 착한 사람은 아니였으며, 매우 직설적이다. 아니지. 이 조차도 포장일 수 있으니 그냥 짜증나는 스타일이라 생각하면 쉽다. 또 젊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태업은 이 책을 읽고 있을 여러분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악습이기 때문에 내 거친 성격은 꽤 도움되었다. 난 코칭 스태프의 훈련 능률은 뒷전이고 나의 사람이 필요했다. 스탭 교체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기존 수석코치를 해고하고 이보 수페를 앉혔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2배는 더 많았지만, 편안함을 주고 능력있는 남자였다. 그 다음 기존 코치 2명을 마우로와 공 레이 코치로 대체했다.


다음은 선수단 장악이었다. 이 건에 앞서, 나의 아직도 안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전술적 고집때문이다. 

내가 일궈낸 것들 대부분 선수의 능력덕이라는 일부 여론이다. 수 많은 명장들이 받는 의심이라 오히려 반갑다. 

서론이 길었는데, 나의 전술적 고집은 선수단 장악이 우선이다. 난 선수의 장점을 전술에 녹이려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 전술에 알맞는 선수를 골라 기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괴팍함이 바로 부임 2년내 선수단 절반이상이 교체되는 이유다.


선수단 장악은 내 생각엔 1년이 걸렸다. 어리숙하던 중국어도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선수들과도 제법 친해졌다. 고액주급자였던 왕치밍을 방출하고 얻은 자유계약 2명만으로 첫 해 6위를 기록했다. 당시 최고 주급이었던 미켈과 네마냐 구데이로 인해 구단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고맙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재계약과 다음시즌 운영을 위한 자금까지 확보 받았었다.



3. 첫번째 성공_첫번째 듀오

2020-05-06 (4).png [자서전] 노장의 여정 2부_2016년 겨울.

2020-05-06 (5).png [자서전] 노장의 여정 2부_2016년 겨울.

시즌을 마친 휴가시간.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팀내 공격수를 찾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아버지의 선수를 영입할 생각이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

아버지는 급하게 말을 끊었다. '장 위닝' 서투른 아버지의 중국발음에도 불구하고 난 확실히 이해했다. 그는 당시 중국에서 손뽑히는 유망주로서 어린나이에 유럽에 진출했었다. 물론 결과는 안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선 그가 보여줄것은 많았다. 심지어 그 때 난 공격수가 간절히 필요했다.


비테세로 이적하여 고배를 마셨던 그가, 중국자본에 힘 입은 베르더 브레멘으로의 이적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베르더 브레멘또한 원치 않은 영입이고, 장 위닝또한 돈에 팔려 휘둘리기 싫다는 정보였다. 난 빠르게 장 위닝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잘 알것이다. 그는 이후 리그와 챔스우승의 주역이 된다.


두번째, 2선에서 공을 운반할 윙어가 필요했다. 아시아 축구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시 내가 원하는 전술을 구사하기엔 선수들의 섬세함이 부족했다. 난 2선 측면에서 박스로 들어오는 타입의 윙어와, 육각형형태의 공격수를 이용한 전술을 추구했지만 톈진에선 불가능했다.


첫번째시즌 클래식 윙어 전술로 재미를 본 나는, 해당 전술을 강화하기위한 타겟 및 포쳐형 공격수와 2선 측면을 지배할 발빠르고 직선적인 윙어를 원했다.


첫번째 타켓은 가오린이었다. 하지만, 중국 리그 규칙상 중국선수의 비율이 매우 중요하기에, 선수의 실력이 평균보다 살짝만 높더라도 몸값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했다. 당시 가오린의 몸 값은 200억을 육박했다. 이미 4명의 용병을 보유한 우리에겐 가당치 않은 금액이었다.

 

우린 두번째 옵션으로 지켜보았던 남태희에게 집중했다. 카타르에서 실패한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단 돈 14억에 그를 안을 수 있었다.


장위닝과 남태희는 해외에선 실패사례였지만, 중국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큼은 세티(훗날 가상선수)와 폰세카(훗날 가상선수)였다.

남태희는 기존 윙어가 하지 못했던 돌파로 엔드라인까지 공을 운반하여 박스에 떨어뜨리고, 장위닝과 미드필더들은 박스안과 근처에 모두 배치 시켜놓으면 끝이다. 중원은 미켈과 구이다가 책임졌기에, 실점이 있더라도 득점으로 커버했다. 


두번째 시즌은 리그와 챔스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메스컴의 관심은 신기했고,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지금처럼 성공을 견제하는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스탭과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을 것이다. 그땐 내가 너무 어렸다.

장 위닝과는 가끔 통화를 하는데, 당시엔 내가 외국인이 아니였다면 얻어 터졌을거라 말한다. 난 아시아인의 눈이 원래 매서운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난 죽을뻔했다.




3. GOOD BYE_CHINA

2020-05-06 (6).png [자서전] 노장의 여정 2부_2016년 겨울.

톈진의 세번째 시즌도 나쁘지않았다. 우린 리그우승컵을 지켜냈고, 자국 컵대회 트로피도 챙겼다. 하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선 8강에 그쳤다. 영입하기위해 애를 썼던 파투에게 신나게 후들겨 맞고 탈락했다. 


3번째 시즌종료후 프리시즌. 원하던 중국국대 주전 가오린과, 맨유의 펠라이니의 영입을 확정 지었다. 그런데 마음이 허전했다.

전력강화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문제였다. 우승컵이 4개나 있기에 자만심인지, 톈진을 둥지로 틀기엔 좁다고 느낀건지 잘 모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떠나고 싶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휴가중이던 선수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당시 주장인 장 위닝을 대표로 만났다.


아직 비공개던 선수영입 및 방출현황과 시즌구상을 설명했다. 장 위닝은 주장에게 너무 많은 정보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반응후에 난 어렵게 입을 열어 이 곳을 떠나고 싶다고 알렸다. 


장 위닝은 더 묻지 않았다. 적당한 팀에 부임하면, 톈진의 선수를 영입해가라며 너스레 웃을뿐이었다. 

그의 20대 얼굴을 보는건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알겠지만, 난 톈진의 선수를 단 한명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프로페셔널한 일에서만의 측면이다. 그는 언제까지나 나의 든든한 장군이었다.

어린 이방인을 따라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어쨌든 추후에도 찾아올 이러한 고질적인 변덕은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위함이라 자위하자.

당시 나의 마음은 이미 중국을 떠났다. 심지어 새로운 직장이 정해지지도 않았다. 


이후 프론트를 통해 사퇴의사를 밝히고, 몇 기자회견을 통해 난 2019년 1월 중국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아일랜드 더블린 호텔에 머물며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휴가가 아닌 새로운 자극을 원했기 때문에 서둘러 새로운 팀을 맡고 싶었고,

비싼 호텔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사실 원하는 팀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바로 '에버튼' 박싱데이가 끝난 시점 그들의 순위는 16위.

팀의 전력이 누출된것도 아닌데, 그들의 분위기가 기본실력마저 잠식시킨 상황이다. 해당 스쿼드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내년 시즌엔 탑6까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3일후, 나는 계획과 망상의 차이. 꿈과 현실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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