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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3:46

포텐 [번역괴담][5ch괴담]히피를 동경했었다

조회 수 18373 추천 수 112 댓글 79
히피를 동경하던 나는, 앞뒤 생각 않고 오키나와행 여객선에 올라탔다.

베트남 전쟁 말기, 오키나와에는 미군 불하품이 대량으로 나돌고 있었다.

나는 군복 바지와 전투화를 싼값에 손에 넣었다.



짐짓 미군 기분을 내며 걷고 있는데, 초면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헤이, 브라더! 이리 보러 오라고!]

가게 없이 땅에 돗자리를 깔고 장사를 하는, 흑인 같은 일본인 남자였다.



간단한 영어를 섞어, 잔뜩 수상한 토크를 이어갔다.

그래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라,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그의 이름은 톰.



미군 기지에서 일하던 여자를 현지처로 삼는 건 흔한 이야기다.

톰도 그런 성장과정을 거친 듯 했다.

내가 히피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톰은 더플백과 침낭을 건네줬다.



나는 오키나와 본도를 거쳐 이시가키 섬, 이리오모테 섬으로 향했다.

이리오모테 마을 반대편에는 히피들이 모이는 해변이 있었다.

그곳을 목표로, 이리오모테 종단 여행이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이리오모테에는 섬을 일주하는 도로가 없었기에, 그 해변까지 가려면 정글을 헤치고 가야만 했다.

정글에서의 첫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엄청 무서운 일을 겪었다는 느낌만은 남아 있었다.



침낭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깨어났다.

다음날 역시 악몽을 꾸었다.

역시 강한 공포감을 느낀데다, 그날은 엄청난 고통까지 함께 찾아와 눈을 떴다.



해변까지는 사흘에서 닷새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매일밤 꾸는 악몽 때문에 좀체 발걸음이 나아가질 않아 일정은 지연되고 있었다.

정글에서 일정이 지연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다.

나는 죽음의 공포마저 느끼고 있었다.



사흘째 밤, 역시 악몽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고통부터 찾아왔다.

배가 타는 듯, 뜨겁고 날카로운 게 박힌 것 같은 아픔이다.



오른손은 뜨거웠다 차가웠다, 쿵쾅쿵쾅 통증이 멈췄다 나타나길 반복한다.

주위는 무언가 외치고 있어 시끄럽다.

내 몸이 둥실 공중에 떴다.



아니, 몇명이 나를 옮기고 있는건가?

그리고는 귓가에서 큰소리로 말한다.

영어 같았다.



내가 끄덕이자, 거짓말처럼 통증이 잦아들고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 다시 귓가에서 큰소리로 말한다.

내가 끄덕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걸 몇번이고 반복했다.

눈을 뜨자, 처음으로 꿈 속의 광경이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좁은 시야 가운데, 주변은 흑인 병사들 투성이.



그 중 한 사람이 키스라도 할 것 마냥 가까이 얼굴을 가져오고, 다음은 귓구멍을 보인다.

그 남자가 고개를 가로젓고, 나는 강제로 눈이 감겨진다.

무언가에 갇히고, 지퍼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후로부터는 더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완전한 무를 느꼈다.

완전한 무? 아니, 다르다.



이건 죽음, 죽음이야!

그렇게 이해한 순간, 눈을 떴다.

그리고 해변까지 며칠 더 걸려 가는 동안, 나는 몇번이고 더 죽음을 체험했다.



해변에 도착하자, 수많은 히피들이 모여 있었다.

남자고 여자고 다들 맨몸이다.

나도 발가벗고 모두와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해변에 오고서도 악몽과 죽음의 체험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날, 나는 친구들에게 나의 체험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중 하나가 말했다.



[네가 자는 그 침낭, 그거 영현백이야.]

그제서야 나는 겨우 깨달았다.

나는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의 마지막 순간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던 것이다.



왜 빨리 가르쳐주지 않았냐고 묻자, 죽을 때 맞는 대량의 모르핀이 주는 쾌감을 즐기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히피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라고 한다.

영현백 드러그라고 부른다고.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1432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 BEST [레벨:23]VKRKO 2020.10.26 23:46
    또 번역해왔서요 재밌게 읽어주세용 ㅎㅎ
  • BEST [레벨:21]탈리스커-만 2020.10.27 22:51
    딩요에이미 히피들은 가난하고 가난한 이들의 친구는 군 불하품이고
  • [레벨:36]에펨처녀 2020.10.27 23:05
    괴담 잘짰다
  • [레벨:10]너구리C 2020.10.27 23:05
    참고로 베트남 전쟁때 일부 전사한 병사 옮길 때 그뱃속에 필로폰 채워서 들여 왔다고 함
  • [레벨:1]21살모쏠 2020.10.27 23:07
    Suddenly I turned around, and she was standing there
    With silver bracelets on her wrist and flowers in her hair
    She walked up to me so gracefully, took my crown of thorn.
    Come in she said I'll give ya, shelter from the storm.
  • [레벨:12]체사레보르자12 2020.10.27 23:13
    재밌게 봤어요 더 있으면 더 올려주세요
  • [레벨:23]VKRKO 2020.10.27 23:43
    체사레보르자12 감사합니다 하나 또 올려봤습니다.
  • [레벨:9]부호 2020.10.27 23:15
    아이고
  • [레벨:3]Dokgo다이 2020.10.27 23:22
    그러니깐 다른 이의 죽음을 경험했다는 얘기인데 "죽을 때 맞는 모르핀의 쾌감을 느끼려고 했다는 줄 알았다."는 무슨 의미임? 그냥 쾌감 느끼려고 영현백에서 잤다는 줄 알았다는 건가
  • [레벨:2]하늘bb 2020.10.27 23:27
    Dokgo다이 모르핀이 대표적 마약성 진통제 아임? 안아프게 가라고 놔준듯
  • [레벨:23]VKRKO 2020.10.27 23:34
    Dokgo다이 그렇지 보통 히피들은 약쟁이였으니깐 돈 없어서 약 맞는 기분에 취할라고 그런데서 자나보다 했겠지
  • [레벨:22]mfkr 2020.10.27 23:23
    방금 홍대 근처에 어떤 호텔 지나가다가 경찰차 5대인가 오고, 앰뷸런스도 하나 있어서 뭔 일 났나.. 생각하면서 지나쳐 갔는데, 다시보니 앰뷸런스가 아니라 funeral 이라고 써있어서 소름 돋았음.. 차에서 침대 내리고 호텔로 들어가더라. 이 글까지 보니까 괜히 찝찝하네.
  • [레벨:21]시망사브로자 2020.10.27 23:37
    님 Epitaph 블로그 주인장이심?
  • [레벨:23]VKRKO 2020.10.27 23:39
  • [레벨:21]시망사브로자 2020.10.27 23:44
    VKRKO 몇 년째 즐겨보는 블로그 주인이 펨붕이었다니;;
    괴담 잘 보고 있음 또 후원 필요하면 과자값이라도 쏴드림ㅎㅇㅌ
  • [레벨:23]VKRKO 2020.10.27 23:44
    시망사브로자 감사합니당 헤헤
  • [레벨:7]쉐도우프로젝트 2020.10.28 00:13
    VKRKO 소름이네 몇년전 군대간다는 글 보고 블로그 안가고 잊었던거 같은데 맞나 암튼 다시 찾아가서 보겠으
  • [레벨:23]VKRKO 2020.10.28 00:13
    쉐도우프로젝트 올해 예비군도 끝남;
  • [레벨:7]쉐도우프로젝트 2020.10.28 00:14
    VKRKO 그럼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봄 헤헿
  • [레벨:23]VKRKO 2020.10.28 00:14
    쉐도우프로젝트 신규고객 웰컴이양 ㅎㅎ
  • [레벨:7]쉐도우프로젝트 2020.10.28 00:14
    VKRKO 복귀늒네 받아라앗!
  • [레벨:21]syshhg 2020.10.28 00:36
    VKRKO 예비군 끝났;;
    블로그에서 군대 간다는 얘기 들은게 얼마 전인것 같은데 정말 세월 빠르네요.
    앞으로도 재밌는 얘기 많이 부탁드려요~
  • [레벨:23]VKRKO 2020.10.28 00:36
    syshhg 안 까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레벨:5]나랑빵빵이나가요 2020.10.28 07:09
    VKRKO 고딩때부터 보던 블로그 주인이 펨붕이;; 세상 참 좁네요
  • [레벨:6]PZDV 2020.10.27 23:43
    재밋다 흥미롭다
  • [레벨:3]돌돌킴 2020.10.27 23:44
    재밌어용
  • [레벨:9]달빛뽀블리 2020.10.28 00:01
    오 좀있다 봐야지
  • [레벨:17]안흥찐따 2020.10.28 01:19
    톰이 시벌럼이네
  • [레벨:8]미야조노카오리 2020.10.28 01:57
    와 예전에 괴담번역 많이 읽던 블로그네
  • [레벨:8]미야조노카오리 2020.10.28 02:03
    미야조노카오리 고딩때 한참 많이 읽는 곳이었는데 아직도 운영중이었다니 ㅋㅋ
  • [레벨:15]ㄱㅈㅂㅇ 2020.10.28 03:21
    괴담 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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